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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돌려막기로 190억 원 편취 혐의…‘가족 전세사기’ 일당 검찰 송치

윤경자기자 2026. 8. 14. 17:43

임차인 보증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무자본 갭투자식 임대업을 벌인 일가족과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임차인은 120명을 넘고, 피해 금액은 약 1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홍 모 씨의 아내 이 모 씨와 홍 씨 부부의 친인척 등 총 16명을 순차적으로 송치했다. 이 가운데 공인중개사 5명에게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총책으로 지목된 홍 씨는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어 수사가 중지된 상태다. 홍 씨의 아내 이 씨는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홍 씨 일가족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다가구주택 11채를 지어 임대업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자기자본 없이 대출금과 임차인 보증금에 의존해 건물을 매입·신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128명의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 약 19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임차인들이 낸 보증금은 건물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로 사용됐고, 일부는 다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사실상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이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주택들은 건물 가치에 비해 선순위 보증금과 채무가 과도해, 이른바 ‘깡통 주택’에 가까운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임차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총액 등 중요한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전세 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실제 보증금 반환 가능성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던 셈이다.

 

피해자 중 상당수는 사회초년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피해자는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회복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홍 씨의 아내 이 씨는 남편의 지시에 따라 건축주 명의 계좌를 관리하고, 임대차 계약 체결과 보증금 관리 등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 씨 부부의 친인척들은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을 도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2024년부터 피해자들의 고소와 고발을 잇따라 접수한 뒤 관련자들의 자금 흐름과 계약 관계를 추적해 왔다. 이후 혐의가 확인된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번 사건은 보증금을 활용해 또 다른 임대차 계약과 보증금 반환을 이어가는 구조가 무너질 경우 다수의 임차인에게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처럼 전세 정보 접근과 계약 경험이 부족한 임차인이 피해에 취약할 수 있어, 계약 전 선순위 보증금과 근저당권, 임대인의 채무 상황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