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랑의 벌레"인가, "불편의 상징"인가…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의 민낯

윤경자기자 2025. 7. 8. 13:35

최근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시작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의 대량 출몰은 올해 인천 계양산에서 이례적인 규모로 확산되며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등산로는 물론 주택가, 차량 할 것 없이 검은 벌레 떼가 뒤덮으면서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인천 계양구에는 수백 건의 민원이 접수되었고,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민원은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올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 낭만적인 이름 뒤에 숨겨진 불편함

러브버그는 이름처럼 암수가 짝을 지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비행 중에도 내내 붙어 있을 정도로 짝짓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들의 외모와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더욱이 문제는 단순한 시각적 불쾌감을 넘어선다. 러브버그는 밝은 색에 강하게 이끌리는 습성이 있어 흰색 옷이나 밝은 색상의 차량, 건물 외벽에 다닥다닥 붙어 극심한 불편을 초래한다. 특히 차량에 달라붙은 러브버그 사체는 체내에 산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세차 후에도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으며, 심할 경우 차량 부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부패한 사체에서는 하수구 냄새와 유사한 악취가 진동하여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 익충 논란 속 환경부의 대응 변화

흥미로운 점은 러브버그가 생태계에서는 '익충'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다. 유충 시기에는 낙엽이나 동물의 배설물 등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꽃꿀을 섭취하며 식물의 수분(受粉)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으며,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보고도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지자체들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분류하여 적극적으로 방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개체 수가 급증하고 시민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4일 환경부는 러브버그 대발생으로 피해가 심각한 인천 계양산에 현장대응 인력과 송풍기, 살수 장비 등을 투입하여 대대적인 방제 및 사체 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환경부는 앞으로 러브버그를 '법정 관리종'으로 지정하여 익충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는 곤충에 대한 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러브버그와의 공존을 위한 노력

러브버그는 2022년을 기점으로 매년 6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발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7월 중순쯤이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브버그의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하며 한 번에 200~300개의 알을 낳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무차별적인 살충제 살포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브버그는 물에 약하므로 물을 뿌려 퇴치할 수 있고,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집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방충망을 꼼꼼히 점검하고, 야간 조명을 최소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환경부는 올해 대벌레, 동양하루살이, 깔다구 등도 대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자체와 연계하여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불편함을 넘어 생태계의 균형을 생각하며 러브버그와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