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고독사'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뒤늦게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그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우리 사회의 깊은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족 형태의 변화, 그리고 급격한 고령화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고독사는 단지 한 개인이 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그 사람이 생전에 겪었을 외로움, 소외감,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상징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질병, 심리적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고립을 심화시키고, 결국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과의 연결을 단절시키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단순히 '고독사 예방'이라는 소극적인 목표를 넘어, 모든 개인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지역사회 중심의 관계망 복원이 시급합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 간의 대화가 단절된 현대 사회에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는 현실은 고독사를 부추기는 직접적인 요인입니다. 동네 사랑방, 복지관 프로그램 활성화, 노인정의 역할 강화,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이웃 간의 건강한 관계망을 재구축해야 합니다. 작은 관심과 인사가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정부와 지자체의 다각적인 지원 시스템 강화입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법률 제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정신 건강 지원, 일자리 연계, 주거 안정 지원 등 고독사의 원인이 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 모두의 인식 변화입니다. 고독사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고립은 결국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해칩니다. 길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이웃, 소외된 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따뜻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고독사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한 사회의 품격은 가장 약한 이들을 어떻게 보듬는지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아픈 현실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개인의 외로움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서로에게 따뜻한 연결망이 되어주는 공동체적 노력을 통해, 모든 이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따뜻한 기억 속에서 평안히 쉬어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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